오뎅집은 보통 2차나 3차로 그날의 술자리를 마무리할 때 찾게 된다.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시장 통닭집에서 여자 친구랑 낮술을 마셨다. 의견 차이 때문에 다툼이 있었는데 100% 다 풀리진 않았지만 기다렸던 이날 하루를 망치기 싫어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매듭짓고 2차로 미소 오뎅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이 없었는데 우린 오뎅을 바로 먹을수 있게 되어있는 한쪽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소주가 아닌 앉은뱅이 술을 주문했다.
미소오뎅의 분위기
가게는 5~6평 남짓 작은 공간에 작은 주방과 2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3개, 가득 앉으면 오뎅을 중심으로 12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가 있다. 미소오뎅의 메인은 여기 바로 되어 있는 테이블이다. 커플, 혼자 온 사람, 친구나 직장동료들과 함께 소주 한잔 하면 앞에 있는 오뎅을 안주로 먹는데 모르는 사람들끼리 따닥따닥 붙어 앉으니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자연스레 서로 이야기를 하게 되고 같이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요즘은 이런 오뎅바나 비슷한 분위기의 술집이 많이 생겼지만 내가 아는 역사는 미소오뎅이 원조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어묵의 종류
취기가 있는 상태에서 오뎅의 맛을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생긴 모양이나 식감이 모두 달라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말랑말랑한 오뎅을 좋아하는데 대부분이 퍽퍽하지 않고 한번 먹으면 계속 손이 가는 오뎅들이 많다. 물떡은 별도로 주문하면 사장님이 탕에 넣어주신다. 5분 정도 있다가 먹으면 적당히 불은 물떡을 맛볼 수 있다. 술이 많이 취하면 다른 사람의 물떡을 먹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나의 최애는 물떡과 곤약. 오뎅 외에도 젓갈, 스지 등 다른 안주도 판매하고 있다. 스지 하나 주문하고 소주 한잔 하며 오뎅도 먹으면 든든하다. 이렇게 계속 먹다 보니 앉은뱅이 술 3병째 먹고 앉아있더라.
미소오뎅의 가장 큰 매력은 모른 사람과 어울려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한잔 하는 것이다. 처음은 어색하지만 이 매력을 아는 사람은 미소오뎅을 편하게 자주 방문하게 된다. 지나는 인연이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미소오뎅의 화장실은 건물 밖에 있는데 요즘은 비번을 걸어놓지 않더라. 그래서 여자 친구가 화장실 간다고 했을 때 같이 나가서 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싸워도 화장실 입구는 지켜 줘야지. 좌변기와 문의 거리가 멀어서 노크를 해도 팔이 닿지 앉아 문을 쿵쿵거리며 두드리면 안에서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담배 한 대 피며 여유롭게 기다리자.
낯선 사람과 소주 한잔 하며 대화를 나누고픈 사람은 방문해보시길.
위치: 부산광역시 남구 유엔평화로 14 동광전기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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