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4월의 어느 날 우린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봤던 함안에 악양뚝방길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도심처럼 높은 건물 하나 없는 논과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포근한 바람과 시원한 하늘이 맞이해 주는 시골의 평화로운 마을에 도착했다.
악양 뚝방길
엄마 시골집이 근처라 뚝은 익숙한데 요즘 MZ세대들도 많이 온다고 하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도 든다. 이모가 소를 끌고 가던 모습, 실개천에서 수영하던 나의 유년시절등이 생각나며 기분이 묘했다. 뚝방길에 도착하니 시원하게 뻗어 있는 잘 포장된 뚝방길이 있었고 시기가 좀 일러서 인지 꽃과 나무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예상과는 달리 젊은 사람들 보다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고 입구 넘어 있는 경비행장에 알록달록 예쁜 경비행기에 시선이 쏠렸다. 잠시 쳐다보다가 그늘도 없어 땡볕에 뚝방길을 걸어보자며 나섰지만 저 멀리 보이는 생태공원으로 목적지를 변경, 다시 돌아오며 기록이라도 하자고 사진을 남겼다.
악양 생태공원
멀지 않은 거리에 악양생태공원이 있어 금방 달려 도착했다. 주말이라 주차장에 차가 한가득이었다. 이전보다 해가 조금 넘어가서 인지 바람의 온도가 더 적절했다. 여긴 나름 데크도 깔아놓았고 콘셉트별로 구획도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 길도 많고 연못도 있으며 돌길, 흙길, 나무길 뭣이 많다. 그렇다고 그렇게 큰 생태공원은 아니나 가족들이 와서 피크닉을 즐기기엔 좋은 장소라 생각된다. 여기도 아직 꽃이 덜 피고 잎들이 풍성하진 않았지만 큰 나무그늘에 서서 쭉 뻗어 있는 강을 보고 있으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듯하다. 복잡한 곳 보다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을 자주 찾게 되는 것이 나이가 들었나 보다 생각한다. 그래도 하얗게 피어있는 데이지가 한가득인 곳을 갔을 땐 너무 예뻐서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다. 왜냐고? 벌이 왱왱거리면서 날아다녔거든. 무튼 거기서 예쁜 사진을 많이 남기고 우린 숙소로 향하게 된다.
함안 참숯불갈비
함안군청 읍내 주위는 정말 작고 귀여웠다. 20대에 인테리어 하러 왔을 때랑 큰 차이가 안 날 정도로. 이날은 장이 열렸고 숙소를 나와 시장을 걸어 다니며 재미있는 구경도 했다. 한 바퀴 쉬~ 둘러본 뒤 눈여겨봐놨던 고깃집으로 향하게 된다. 운전하며 지날 때 길에 테이블을 깔고 야외에서 낮술을 하고 있더라고. 보자마자 맘속으로 "오늘은 저기다"라고 외쳤던 것 같다. 시골 특유의 정감가지만 차가운 사장님의 러프한 안내가 이어지고 우리도 길에서 먹겠다며 먼지 한가득 쌓인 테이블을 깔았다. 그렇게 먼지를 닦아내고 술과 고기, 된장과 냉면을 한 번에 주문한 우리는 조용한 시골읍내의 감성을 느끼며 이날을 하나씩 정리했다. 초벌을 하고 나와서 굽기는 어렵지 않았다. 오늘 걸었던 거리가 꽤나 있어서 인지 술맛도 좋았다. 뚝방길도 생태공원도 전부 좋았지만 그래도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여기 참숯불갈비가 아닌가 싶다. 완전 맛집이다정도는 아니지만 날씨가 좋으면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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